분필은 무엇으로 만들까, 작은 막대가 교실의 필기 도구가 된 이유

학교에서 분필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손끝에 남는 특유의 감촉을 기억할 것이다. 새 분필은 길고 반듯하지만 며칠 동안 사용하다 보면 금세 짧아진다. 선생님이 아주 짧은 분필 조각을 손가락 끝으로 잡고 끝까지 판서하는 모습도 교실에서는 낯설지 않았다.

나도 학창 시절 칠판 심부름을 하며 분필을 정리한 적이 있다. 분필 통 안에는 새것만 들어 있지 않았다. 반으로 부러진 분필, 손톱만큼 짧아져 잡기 어려운 조각, 서로 부딪혀 생긴 하얀 가루가 한데 섞여 있었다. 당시에는 그저 쉽게 부서지는 필기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연필이나 볼펜과 비교하면 분필은 꽤 독특한 도구다. 잉크를 채울 필요도 없고 별도의 기계 장치도 없다. 막대 하나를 판에 문지르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글씨를 남긴다. 그렇다면 분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왜 오랫동안 교실의 대표적인 필기 도구로 사용됐을까.

우리가 분필이라고 부르는 물건은 모두 천연 백악일까

‘분필’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에서 얻은 하얀 돌을 깎아 만든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영어의 ‘chalk’ 역시 자연에서 발견되는 백악과 연결되는 말이다. 백악은 주로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부드러운 암석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 상태의 백악은 단단한 바위에 비해 비교적 부드럽다. 어두운 표면에 문지르면 밝은 흔적을 남길 수 있어 오래전부터 표시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재료로 활용할 수 있었다. 복잡한 구조 없이 표면에 마찰시키는 것만으로 자국이 남는다는 점은 필기 재료로서 큰 특징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학교나 문구점에서 접하는 모든 분필을 단순히 ‘자연에서 캔 백악을 막대 모양으로 자른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지 않다.

현대의 분필은 제조 방식과 제품에 따라 사용되는 원료가 다를 수 있다. 탄산칼슘 계열의 재료를 활용하는 제품도 있고, 황산칼슘 계열의 재료를 사용해 만드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형태를 유지하고 필기에 적합한 성질을 갖도록 제조 공정을 거쳐 일정한 크기의 막대 형태로 만든다.

실제로 분필을 자세히 보면 제품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것은 손에 쥐었을 때 비교적 단단하고, 어떤 것은 칠판에 닿는 순간 부드럽게 갈리는 느낌이 강하다. 판서할 때 나는 소리나 가루가 생기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

학창 시절에는 그 차이를 제품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오늘 분필은 잘 써진다’거나 ‘이 분필은 자꾸 부러진다’고 느꼈을 뿐이다. 하지만 분필 역시 재료와 제조 방식에 따라 필기감이 달라질 수 있는 하나의 완성된 도구다.

분필은 왜 큰 교실에서 유용한 필기 도구였을까

공책에 글씨를 쓸 때는 연필이나 펜이 편리하다. 그렇다면 교실 앞의 넓은 칠판에서는 왜 분필이 오랫동안 사용됐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특징은 글씨의 크기다. 분필은 종이에 가느다란 글씨를 적는 도구와 달리 넓은 판에 비교적 굵고 밝은 선을 남길 수 있다. 어두운 칠판 위에 흰색 분필로 글씨를 쓰면 앞자리뿐 아니라 뒤쪽에서도 판서 내용을 구분하기 쉽다.

사용 방법도 단순하다. 뚜껑을 열 필요가 없고 잉크가 흐를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분필을 집어 바로 칠판에 쓰면 된다. 글씨를 잘못 적었을 때는 칠판지우개로 지운 뒤 다시 쓸 수 있다.

여러 학생을 한 공간에서 가르치는 수업에서는 이런 단순함이 꽤 중요했을 것이다. 교사는 설명을 하면서 필요한 내용을 바로 적어야 한다. 계산 과정을 한 줄씩 보여 주거나 문장의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고, 학생의 대답을 받아 칠판에 추가하는 일도 있다.

분필은 이런 즉흥적인 판서와 잘 맞았다.

또한 분필은 사용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기 쉽다. 계속 쓰면 길이가 줄어든다. 너무 짧아지면 새 분필을 꺼내면 된다. 보드마커처럼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갑자기 글씨가 흐려지는 상황과는 다른 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쉽게 부러지고 가루가 생기며 손에 흔적이 남았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사용된 것은 당시의 칠판과 집단 수업 환경에서 요구하는 기능을 비교적 단순한 방식으로 충족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얀 분필 사이에 색분필이 필요했던 순간

교실의 분필 통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흰색이 가장 많았다. 그 사이에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처럼 몇 개의 색분필이 섞여 있곤 했다.

색분필은 모든 내용을 적는 기본 필기 도구라기보다 구분과 강조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마다 판서 방식은 달랐지만 중요한 단어에 다른 색을 사용하거나 도형의 일부를 구분할 때 색분필을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수학 시간의 도형이었다. 흰색 분필만으로 여러 선을 겹쳐 그리면 어느 선을 설명하는지 순간적으로 헷갈릴 때가 있었다. 이때 다른 색으로 특정 선이나 점을 표시하면 설명의 대상을 알아보기 쉬웠다.

지도나 그림을 간단하게 표현할 때도 색의 차이는 유용했다. 칠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정보를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가 색을 달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색분필은 흰색 분필보다 수량이 적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분필 통을 정리하다 보면 유독 짧은 색분필 조각이 끝까지 남아 있기도 했다. 평소에는 자주 쓰지 않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는 찾게 되는 도구였다.

이런 판서 방식은 오늘날의 발표 자료와도 묘하게 닮아 있다. 화면에서 중요한 단어의 색을 바꾸거나 핵심 문장에 강조 표시를 하는 것처럼, 칠판에서도 색분필은 정보의 우선순위를 눈으로 보여 주는 역할을 했다.

분필이 짧아지는 모습은 수업의 흔적이었다

분필의 가장 독특한 점 중 하나는 사용할수록 도구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연필도 깎아 쓰면 짧아지지만 몸체는 어느 정도 남는다. 볼펜은 잉크를 다 사용해도 플라스틱 몸통이 그대로 있다. 반면 분필은 칠판에 글씨를 쓰는 과정에서 막대 자체가 조금씩 가루가 되어 표면에 남는다.

새 분필 하나가 여러 줄의 문장과 숫자, 도형으로 바뀌는 셈이다.

수업이 끝난 뒤 칠판을 지우면 그 글씨도 사라진다. 그래서 분필 판서는 기록의 성격이 조금 독특하다. 공책의 필기처럼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설명을 위해 만들어졌다가 지워지는 임시 기록에 가깝다.

학생들은 칠판의 내용을 자신의 공책으로 옮겨 적었다. 교사가 칠판에 내용을 쓰고 학생이 그것을 보고 필기한 뒤, 칠판은 다음 내용을 위해 다시 지워졌다. 이런 과정이 한 수업 안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됐다.

돌이켜 보면 분필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정보를 잠시 머물게 하는 도구였다. 칠판에 적힌 내용이 학생의 공책으로 옮겨 갈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전자칠판과 디지털 수업 자료가 익숙해진 지금은 화면을 저장하거나 같은 자료를 다시 띄울 수 있다. 반면 분필로 가득 찬 칠판은 지우는 순간 이전 모습으로 완전히 되돌리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선생님이 칠판지우개를 들었을 때 학생들이 “잠깐만요”라고 말하는 장면도 흔했다. 아직 필기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공책에 마지막 문장을 급하게 옮겨 적으며 칠판이 지워지지 않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이 작은 장면은 분필과 칠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수업 방식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작은 분필 하나에도 교실의 방식이 담겨 있다

분필은 구조만 보면 매우 단순하다. 하얀 막대 형태의 재료를 칠판에 문질러 글씨를 남긴다. 하지만 이 단순한 도구는 오랫동안 교실 수업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다.

밝고 굵은 글씨를 넓은 판에 남길 수 있었고, 필요한 순간 바로 쓰고 쉽게 지울 수 있었다. 색분필을 이용하면 설명의 중요한 부분을 구분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분필은 수업의 흐름과 함께 움직이는 도구였다. 교사가 쓰면 학생이 읽고, 학생이 공책에 옮겨 적으면 다시 지워졌다. 새 분필이 짧은 조각이 될 때까지 수많은 설명이 칠판 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교실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평범한 도구도 당시의 학교생활을 보여 주는 작은 기록이 된다. 분필 통 한쪽에 쌓여 있던 짧은 조각 역시 매일 반복된 수업의 흔적이었다고 생각하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다음 글에서는 학생들이 하루에도 몇 시간씩 앉아 있었던 교실의 책상과 의자를 살펴본다. 한때 책상과 의자가 하나로 붙어 있던 이유와 학교 책걸상의 형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따라가 보면 교실 공간의 또 다른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FAQ

Q1. 분필은 모두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지나요?

모든 분필의 원료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제품과 제조 방식에 따라 탄산칼슘 계열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황산칼슘 계열 재료가 활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사용하는 분필을 모두 자연 상태의 백악을 잘라 만든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Q2. 분필은 왜 칠판에서 쉽게 지워지나요?

분필은 칠판 표면에 잉크처럼 스며들어 고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표면과의 마찰을 통해 미세한 입자가 흔적으로 남는 방식으로 글씨를 만든다. 칠판지우개로 문지르면 표면에 남은 입자를 제거할 수 있어 반복해서 쓰고 지우는 것이 가능하다.

Q3. 색분필은 흰색 분필과 용도가 다른가요?

기본적인 필기 원리는 비슷하지만 교실에서는 색분필을 구분과 강조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단어, 도형의 특정 부분, 서로 다른 항목 등을 색으로 나누면 판서 내용을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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